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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 첫 날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했고 1주일 뒤에는 연방정부 소유의 토지에서 석유·가스 채굴을 위한 시추 작업을 중지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녹색당과 손잡고 16년 만의 사회민주당 주도의 연정 창출에 성공했다. 연정은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2030년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를 약속했다. 전임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2038년으로 잡은 목표 시기 8년 앞당겼다.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미국과 독일의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표 친환경 정책들이 삐걱거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자 지난 4월 석유ㆍ가스 채굴을 위한 연방정부 국유지 입찰을 재개했다. 독일 연방정주는 지난 16일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임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석연료 '골드 러시'= 영국 BBC는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화석연료 '골드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확보와 관련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보다는 당장 대체 화석연료 자원을 찾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미국과 중동에서 들여오기로 잇달아 계약했고 화석연료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화석연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초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고 여전히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6배 이상 높은 ㎿h당 129유로에 거래된다.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IO)에 따르면 지난 5월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화산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21.37ppm으로 집계돼 지난해 5월 기록한 사상최고치 418.95ppm을 넘었다. 과학계에서는 지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0ppm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와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지난달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5년 내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48%라고 분석했다. 파리기후협약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였다. 세계는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의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되 가능한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파리기후협약 당시 1.5도 목표는 장기 평균 목표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5년 이내 1.5도에 도달한다고 해서 파리기후협약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장기 평균이 20년 이내에 1.5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다.
현재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2050년을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기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컨설팅업체 베인이 1000명이 넘는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탄소중립 달성 예상 시기는 평균 2057년이었다. 응답자 중 4분의 1은 2070년이 돼도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고 예상했다.